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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이야기

Digital Convergence 시대의 저작권보호

Ⅰ. 모바일 웹 환경의 도래

 2008년 6월 17일과 18일 양일 간 서울에서 OECD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번 OECD 장관회의는 각국 장관과 민간대표, 국제기구 대표들이 라운드 테이블 형식을 통해 정책 방향을 토론하고 그 결과를`정부 수석 대표회의`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정부 수석대표회의에서는 공정한 IT 경쟁 환경 조성과 네트워크 투자를 촉진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며 개발도상국에 인터넷을 보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16일에는 글로벌모바일포럼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인터넷 서비스를 뒤로 하고 향후 10년간 변화할 새로운 디지털세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노키아, 삼성, LG, SK, KTF 등 국내외 주요 이통사와 전자회사의 대표들이 모여 무선인터넷과 터치폰, 신기술과 융합서비스에 대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나눈 자리였다.

이번 포럼에서 다뤄진 내용 중 주목할 점은 2008년 하반기부터 모바일단말기가 터치스타일로 변화한다는 것이며, 이를 기점으로 새로운 무선인터넷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현장에는 삼성의 옴니아, 애플의 3G아이폰, LG의 시크릿 폰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참가자들에게 다가올 변화에 미리 대비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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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무선인터넷과 디지털콘텐츠

인터넷환경이 무선으로 바뀐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글로벌 모바일 포럼 첫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구글의 소케 총괄임원에 따르면 현재 휴대폰 사용 인구는 약 30억명이다. 70년 역사를 가진 TV 보급대수가 15억대, 신용카드 발급개수가 14억개, 유선전화 13억대, 인터넷 이용인구 13억명 등과 비교해보면 휴대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심지어 PC 보급대수도 8억5000만대, 전 세계 자동차대수도 8억대 수준으로 휴대폰 인구는 이미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지구 전역에 분포돼 있다.

휴대폰 사용인구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서 놀랍기는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

혹시라도 이런 생각을 했다면 지금부터 이 휴대폰들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상상해보라. 먼저 내가 있는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 식당, 극장을 검색할 수 있다. 옆 사람과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얼굴을 보면서 포커게임이 가능해진다. 새로 들어온 메일과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동하면서 친구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디지털콘텐츠 사용은 어떻게 될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론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드라마, 다큐, 교육프로그램 등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다. IPTV가 거실에서 벗어나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것도 시간문제다. P2P나 웹하드 같은 다운로드 서비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을 통해 친구와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을 연동시켜 마치 컴퓨터 2대를 가지고 다니는 효과를 얻는다. 특히 메신저는 휴대폰 이용자들 간에 파일을 주고받는 주요 경로가 될 것이다. 30억 휴대폰 사용자가 P2P를 통해 저작물을 공유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한 사람에게 100원씩만 받아도 3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이 보장된다.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수익이 발생될 수 있어 무선인터넷 초기에 디지털콘텐츠의 불법유통은 지금보다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학계, 법조계, 정부 등이 나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저작권분야도 마찬가지다. 저작물의 올바른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Ⅲ. 융합시대 최고의 투자 저작권보호

휴대폰 보급대수가 PC보다 3배 이상 많은 지금 휴대폰과 PC가 연결되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Digital Convergence가 시작되고 있다. 전 세계 60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동시에 찾아온다고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때가 아닐까?

인터넷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는 바람에 문화콘텐츠산업이 입은 피해는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들다. 저작권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등 서둘러 그 손실을 만회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변화의 씨앗이 우리 앞에 둥지를 틀고 있다. 반복하지만 않으면 실수보다 더 좋은 성공의 길잡이는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변화하는 세상의 중심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환경을 이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P2P나 웹하드 같은 기술이 합법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권리자와 사업자도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 내야한다. Digital Convergence시대에 우리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못하면 또다시 지루한 10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기술의 융합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저작권과 산업, 저작권과 기술의 대 융합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이 닫혀있을 뿐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었다. 저작권과 문화산업이 과거의 실수를 딛고 일어서 융합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